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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경비원, 택배물건이나 받아주려고 온 줄 알아?"
  • 관리자
  • 2013.07.05 13:32
  • 927

    "난 경비원, 택배물건이나 받아주려고 온 줄 알아?"









    뉴스 기사

    “택배요” 한 마디면…

    순찰·식사 중에도 달려가야

    분실사고땐 책임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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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내 한 아파트에서 경비로 일하고 있는 김배달(66·가명)씨는 매일 택배와 ‘전쟁’을 치른다. 아파트 80가구 입주자들에게 배달되는 택배 ‘뒤처리’가 모두 김씨의 몫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끊임없이 택배 물건이 도착한다. 김씨는 청소를 하거나 순찰을 돌다가도 택배 물건이 오면 경비실로 곧장 돌아가 택배 수령일지를 써야 한다. ‘배달 사고’가 날 경우 입장이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매일같이 20∼30개의 택배 물건을 수령한다. 오후 7시부터는 “물건 찾아가라”며 입주자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전화는 저녁 내내 계속된다. 김씨는 “사실 택배수령은 우리 고유업무가 아닌데 요즘에는 택배가 모든 업무 중 가장 큰 업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단지의 1평 남짓한 경비초소는 오후 2시부터 이미 택배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비초소 출입이 어려울 정도였다.

    취재진이 30분간 머무르는 도중에도 3명의 택배기사가 상자를 쏟아놓고 갔다. 인근의 한 아파트단지는 아예 택배 창고를 따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이날 만난 10여명의 경비노동자들은 하나같이 “택배가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토로했다.

    아파트 경비원 최모(66)씨는 “저녁 7시가 되면 경비실에 택배 물건이 가득 차 꼼짝도 못할 정도”라며 “여기서 세 끼 밥을 해먹고 새벽에는 쪽잠도 자는데 택배 물건을 이고 지내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원 김모(67)씨는 “입주자들이 부탁을 하거나 무거운 물건이 도착하면 저녁에 직접 옮겨주기도 한다”며 “쪽잠을 자는 새벽시간에 택배 물건을 찾으러 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입주민들을 위한 서비스로 생각하고 일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 포털사이트에는 ‘택배 물건을 발로 차는 경비 아저씨들’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네티즌은 “내가 경비일을 하러 온 거지 택배 물건이나 받아주려고 온 줄 알아” 등 경비원의 불만을 게시물로 옮겼다. 게시글에 대한 조회수는 무려 2만건이 넘었다.

    최초 게시글을 반박하며 올라온 ‘아파트 보안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게시글에는 “택배 물건을 찾아가라고 연락을 하면 집에 사람이 있고 물건이 무거운 것도 아닌데 알았다는 대답만 하고 도무지 찾아가지 않는다”며 “바로 찾아가 주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썼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6만건을 넘기며 네티즌의 호응을 얻었다.

    조회수 4만건을 넘긴 ‘전직 경비입니다’란 게시글은 “음식물쓰레기 청소하고 분리수거 하고, 주변 입구 쓸고 닦고, 주차관리하고, 신문, 잡지, 택배, 그리고 잠시 맡겨 놓는다며 내팽개치고 가버린 짐까지 떠맡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 게시글에는 “고령의 경비노동자들은 적은 임금에도 온갖 뒤치다꺼리를 하는 고마운 분들이다”, “저도 택배 물건을 자주 늦게 찾아가는데 그렇게까지 힘드실 줄 생각도 못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박영준·홍주형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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