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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어르신 점원 모셨더니..노인손님 늘고 심야취객 '잠잠'
  • 관리자
  • 2012.04.18 14:43
  • 759

    [동아일보]  2012.04.18


     


    60세 이상 고령자를 점원으로 고용한 편의점들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점포 분위기를 흐리던 취객들이 자취를 감추는가 하면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세심한 관리와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고객이 늘어나는 사례도 많다.



    ○ "고령자 채용으로 취객 고민 일소"

    서울 방배동에 있는 편의점인 대화훼미리점 점주 국춘희 씨(56)는 지난 8년간 취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주변에 유흥업소가 많아 밤만 되면 취객들이 낸 돈보다 많은 거스름돈을 달라고 떼를 쓰거나, 매장에 드러누워 소리를 지르는 일이 매일같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번은 편의점에서 일하던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참다못해 취객과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경찰서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아르바이트생이 그만둔 후 국 씨는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시니어 점원을 고용했다. 당시에는 당장 일손이 달려 내린 선택이었다.
    고령자 점원을 고용한 날 밤, 의외의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한 점원이 매장을 지키고 있으니 행패 부리는 취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일부 취객들은 고령자 점원이 "내 아들 같아서 그런다. 따뜻한 것 한잔 하라"며 달래자 아무 소리 없이 매장을 나가기도 했다.
    깜짝 놀란 국 씨는 그 후 모든 점원을 고령자로 고용했다. 지금은 4명의 고령자 점원이 돌아가면서 점포를 지키고 있다. 국 씨는 "하루에 한두 건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졌는데 모두 사라졌다"면서 "고령자 점원을 더 뽑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서비스 만족도도 수직상승

    16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편의점 훼미리마트 장안1동점에서는 지난해 8월 채용된 최인숙 씨(67·여)가 근무 중이었다.
    "집에 가서 아들·딸내미한테 편의점 뽀(포)인트 카드 등록해 달라고 해요. 그게 뭐냐고요? 물건 많이 사면 점수 쌓여서 돈 깎아 주는 카드!"
    최 씨는 포인트 카드가 뭔지 모르는 고령자들에게 등록 방법을 상세히 소개해주고 점원에게 먼저 묻기가 괜히 부끄러운 '추가 증정 이벤트' 여부까지 알려줬다. 점포를 찾은 고령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담배를 사러 온 고객들이 제품 이름이 헷갈려 우물쭈물할 때도 최 씨는 "이쪽? 저쪽?" 하며 손가락으로 담배 판매대를 가리키며 친절하게 물건을 집어줬다. 이날 점포를 찾은 윤재권 씨(71)는 "또래가 있으니 모르는 걸 편하게 물어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장안1동점의 올해 2월 기준 서비스점수는 100점 만점에 97.5점. 1년 전만 해도 이곳의 서비스 점수는 50점을 밑돌았다. 점수는 둘째 문제이고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창피한 일을 겪기도 했다. 본사의 불시점검 때 유통기한이 지난 라면이 진열된 사실이 적발된 것. 남편과 단둘이 다섯 개 점포를 운영하는 터라 유통기한이 긴 제품군까지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고령자 점원을 채용한 이후 서비스에 대한 외부의 평가가 이처럼 눈에 띄게 바뀌었다. 점주 오경화 씨(41·여)는 "점포가 주택가에 있어 고령자들이 비교적 많은 상권이지만 과거에는 '편의점은 젊은이들이 가는 곳이고 값만 비싸다'는 인식 탓에 하루 평균 20∼30명의 고령자가 찾는 게 전부였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70여 명의 고령자가 꾸준히 점포를 찾고 있고 전체 매출도 15% 늘었다"고 설명했다.



    ○ 점주와 고령자 점원 모두 "만족"

    고령자 채용으로 고객이 늘어난 것은 장안1동점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훼미리마트 측은 "고령자 점원을 고용한 80곳의 점포에서 60세 이상 고령자 고객이 평균 10%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훼미리마트가 2011년 한 해 동안 만 60세 이상 '고령자 점원'을 채용한 80개 점포 점주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평균 점수가 5.75점으로 나타났다. 이 점수는 매우 불만족-불만족-대체로 불만족-중간-대체로 만족-만족-매우 만족 등 7점 척도에서 '대체로 만족'과 '만족'의 중간에 해당하는 점수다.
    고령자 점원을 앞으로 더 채용하겠다는 점주와 이번 채용을 통해 고령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주도 각각 75%에 이르렀다.
    고령자 점원들의 업무 만족도도 높다. 훼미리마트 측은 "고령자 점원 80명이 평가한 본인들의 참여 만족도 역시 7점 만점에 평균 5.96점으로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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